목회칼럼

이안이가 왔다

youngsuk.YUN
2025-02-02

주일 저녁, 구석구석 쓸고 닦고 분주하게 움직였습니다. 방, 거실, 화장실 등은 평상시보다 훨씬 더 깨끗해졌습니다. 거실에 있는 문갑, 선반에 있는 잡다한 물건들도 다 치워놨습니다. 그리고 교회 유아실에서 장난감 몇 개를 빌려와서 깨끗이 씻어놓기도 헸습니다. 이제 VVIP(vip보다 더 중요한 사람)를 맞을 준비는 끝났습니다.

 

월요일 오전, 광주송정역으로 VVIP를 맞으러 나갔습니다. 오랜만에 만날 것을 생각하니, 조금 과장하자면, 가슴이 쿵쾅쿵쾅 뛰는 것 같았습니다. 며칠 전에 영상으로 통화할 때는 시큰둥한 표정이었는데, 실제 만나면 어떨까 궁금했습니다. 드디어 VVIP 이안이를 만났습니다. 엄마 품에 안겨 할아버지를 바라보는 그 표정, 역시 그랬습니다. 영상으로 할머니를 대할 때는 그렇게도 잘 웃는데, 할아버지를 대하는 태도는 왜 그런지 모르겠습니다. 우리 교회 유치부 아이들에게 좀 배워야겠습니다. 할아버지의 진가를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.

 

그래도 괜찮습니다. 그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1박 2일의 시간이 주어졌습니다. 역시 오래가지 않았습니다. 집에 들어오자마자 이안이는 할아버지를 좋아하기 시작했습니다. 그동안 자주 만날 수 없어서 그렇지, 그래도 나에게는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이들의 마음을 끄는 그 무엇이 있는 것 같은데, 그게 통한 것입니다.

 

할아버지에게 와서 안기기도 하고, 자주 웃어주기도 하면서 신나게 놀았습니다. 아직 11개월밖에 안 돼서 걷지는 못했지만, 날다람쥐처럼 잽싸게 기어 다니면서 어느새 상 위에 올라가기도 했습니다. 잠재된 에너지가 폭발한 것 같습니다. 쉴 틈 없이 움직이는데도, 지치지 않았습니다. 오히려 하루도 안 지났는데 이안이와 놀아주는 할아버지, 삼촌이 맥이 빠졌습니다. 그래도 좋기만 합니다.

 

세상이 온통 이안이 중심입니다. 아빠, 엄마, 할아버지, 할머니, 삼촌 모두가 이안이만 바라보고 있습니다. 심지어 투병중에 있는 할머니마저 이안이와 놀아주느라 더 고생했습니다. 그렇다고 이안이가 우상은 아닙니다. 하나님이 보내주신 소중한 선물이고, 예수님을 닮은 아이로 잘 자랄 수 있도록 돌볼 책임이 있는 것입니다. 그래서 온 가족이 사랑 안에서 말씀과 기도로 양육하는 것입니다. 가정예배를 드리고 나서 온 가족이 통성기도 하는데, 그 오랜 시간 동안 이안이도 계속 소리를 질러댔습니다. 아무래도 어른들 따라서 흉내를 낸 것 같습니다. ‘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’는 아프리카 속담이 더욱 마음에 와닿았습니다.

 

화요일 오후에 이안이는 다시 올라갔습니다. 하루 만에 헤어지는 것에 아쉬움이 많았지만, 어쩔 수 없었습니다. 부목사로 사역하는 이안이 아빠가 명절 당일인 수요일 새벽기도회 설교를 맡았다고 합니다. 그저 우리 부부와 똑같은 삶을 살아가는 아들 가정을 응원해줄 뿐입니다. 짧은 시간이었지만, 이안이 때문에 행복한 명절이었습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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